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寫眞物語

2008.8~9 / 필름의 변화 : Kodak Portra New 160VC (160VC-2)

나는... 지금 재직하고 있는 밝은미래교육에 있어 나의 위치를 이렇게 정의한다.
'鷄肋'

이 단어는 서술하는 사람이 왜, 그리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라는 전제 하에서 그 의중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여기 단순하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얘기하건데 나에게 있어 원래 160VC 라는 필름은 그야말로 '鷄肋'.

이유는 간단하다.. 순광 아래 색온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질 때의 160VC 는 그 Vivid Color 의 농염함이 감히 적수를 만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그 물감을 살짝 짓이긴듯한 Yellow Tone 에는 정말 할말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역광에서 그리고 실내에서, 그 조건에서 조금만 엇나갔을 때 그 색밸런스의 붕괴와 노이즈 증가는 도대체 내가 왜 비싼 돈 쳐바르며 이 Nega 를 써야하나 의심케 만드는 지점이 확실히 존재한다.

그래서 한동안 쳐다보지도 않았다. 필름을 시작한 이래로 160VC 를 사용한 경험은 손에 꼽는다..
나는 대낮과 한밤을 가리지 않는다. 전천후 어느 곳에서도 유사한 발색과 유사한 퀄리티를 줄 수 없다면 필름백이 없는 이상 나에게 160VC 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손을 놓았던 160VC 를 다시 손에 들게 된 계기는 전혀 엉뚱한 곳에서 찾아온다... 결혼한 후 주말마다 부모님을 뵙기 위해 찾아오는 동생녀석이 남는 필름이 없냐고 물어오면서부터인 것이다..

안 그래도 카메라 잡던 초창기, 고정적인 직장도 없이 있는 돈만 점점 깨나가던 백수시절에, TMY 를 말아쓰던 것도 냉장고에 재워놓은 네거티브들도 동생에게 얻어써온 입장이었으니 나로선 필름아까워 할 일조차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자주 쓰지도 않는 비싼 필름 몇개를 넘겨줬더니만 이녀석이 다 손사래 치고는 싸구려 필름 몇개만 얻어가는 것이다.
그리곤 마지막에 남기는 말..
"이런 비싼 필름말고 160VC 나 좀 있으면 좋겠는데... ^^;;"
...

결국 녀석에게 줄 겸해서 160VC 3롤 정도 구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넘겨주고 남는 160VC 딱 1롤이 오랜만에 FM2 에서 구르게 되었다...

굴리고 현상한 느낌?
한마디로
'변했다'

본래 내가 알고 있던 160VC 의 약점은 거의 완전히 소멸되었고, 왠지 망가질 줄 알면서도 셔터발을 날렸던 역광과 실내 심지어 야경까지, 발색은 물론이고 노이즈까지 억제하고 나선다...
이건... 그동안 아쉬웠던 가격대관용비가 쭈욱 하고 올라가는 순간이다..

그리곤 알았다.. 퍼포레이션에 각인된 160VC-2 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 내가 사용하는 필름이 Portra 160VC 가 아니라 Portra New 160VC 라는 사실을...

확실히 160VC 는 변화했다.. 그것은 관용도라는 측면에 있어 확실히 진화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심지어 이 필름은 Kodak 의 플래그쉽 네가티브 100UC 보다 한 수 위라고 과장되지 않게 얘기하고 싶을 정도다.. (아아 그래도 아직 400UC 보다는 한 수 아래인 것 같기는 하다... ^^;;)
하지만 대신 내가 알던 농염한 Yellow Tone 은 느껴지지 않는다.. 징그러울 정도로 쌀쌀맞던 그 도도함이 왜 아쉬워졌을까...

하지만 160VC 의 사용빈도는 여지없이 상승할 것이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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