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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物語

2011.9.20 제주올레 두번째 / 풍.랑.주.의.보

흠뻑 젖은 첫날을 뒤로 하고


일찍 서두른 둘째 날 아침은


심상치 않은 바람과 함께 시작하고 있었다.







길가에 묶어놓은 나무들은 죄다 쓰러져있었고


카메라라도 들면 바람에 몸이 흔들려


어딘가에라도 기대지 않고는 조심스럽게 찍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도 나는 걷는다







이 길을 따라 걷는 것으로


나의 하루가 비로소 시작되는 것처럼







걷다가 지치면


잠시 앉아서


바람을 들으키곤







배고프면 어딘가의


작은 마을 구석 만두 한 접시


입에 담고 출발한다







달리 시계 볼 일도 없이


빛과 어둠을 등대삼아


걸어다니곤







어두어져가는 어느 건널목 너머 편의점에서


초코바 두 개 사들고







입에 하나


주머니에 하나







바람이 거세게 분다고


여행길이 부담스럽지도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저 제주도의 풍랑은


풍경의 일부로







이 여행의 기억으로







내 몸 속에 녹아들어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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