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악 필름 한 롤 소진해갈 때였다.
단지 한두장이 남았을 뿐이지만
그저 버리듯이 눌러대긴 아깝고
딱히 정해진 목표는 없었지만
그래
설령 쓰레기일지라도
버릴만한 휴지통 하나쯤은
찾고 싶었던게다.
그렇게 헤매이던 내 등 뒤로
써억 지나가던
퇴교길의 아해 하나
골목으로 들어서는 풍경 하나.
축 늘어진 가방끈 하나
어깨 위에 걸쳐놓고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 아이를
뒤에서 마냥 찍고 있으려니
나는 혹여 쉬러 나온 것이 아니라
그저 놀러나온 것이었을지.
단지 어른이라고 껍질 하나 뒤집어쓴 채
마실이며 나온 것이고
장난치러 나온 것이고
물총 하나 손에 든 냥
아이 모르게 뒤에서 찌익 물 한번 뿌려놓고
혼자 씨익 웃으며 잘 놀았다는 듯이
그저 치졸한 어른의 소꿉질에 익숙해진 것은
혹여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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