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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4 / 청계천에서...2

blakbud 2014. 2. 13. 13:45

어느 틈엔가 하루가 묶여있었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그리고 휴일도 예외없이 꽁꽁 묶여
매여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배신자처럼 하루를 비웠다.
아마도 알려지지 않은 시간 동안 소문없는 공간으로 잠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시원하게 돈다발 한자루 챙겨들만큼의 여유로운 악행도 못된다.

그날 청계천은 비록 한적하진 않았지만 작은 도시 한귀퉁이 장터처럼 소박했다.
커플들은 징그럽지 않아 정겨웠고 부모 손에 매달린 꺄르륵 웃음소리가 적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그저 동년배들을 알아보곤 젊은 아해들을 나무라지도 않은 채 서로 조용한 환담을 나누었을 뿐이다.

멋적게도 나는 잠시 아득하게 망상 해버렸다.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묶어놓은 매듭이 조금은 느슨해진 것처럼
늘그막 마실 나온 어르신과 소풍 나온 아이들의 여느 동반자처럼
거기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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