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흑백필름을 현상하며...3; My New Developer, Kodak HC-110
글쎄... 동생이 처음부터 T-Max Developer 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다지 현상액을 달리 바꾸려 들지 않았다.
원래 필름카메라를 하면서 동생으로부터 빚져온 것들이 많은 터인지라(경험적인 측면이라던가 물질적인 측면이라던가까지 포함해서) 그저 쭈욱 따라만 갔던 셈이다.
그러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동생은 회사일이 바쁘고 귀찮았던지 자가현상을 거의 안하고 있었으며 대신 내가 흑백현상의 대부분을 작업하고 있게 되었다.(이젠 동생이 내가 현상작업할 때 같이 해달라 부탁한다)
현상통이 망가져서 재구매한 것도, 현상액이 떨어져서 T-Max Developer 를 재구매했던 것도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현실적으로 T-Max Developer 가 구매대비 사용가능횟수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뭔가 실속이 없는 현상액처럼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계속 사용해 온 것이라서 특별히 사용도중에 실수할 일도 없고, 결과물도 늘 꾸준히 적정수준을 유지한다는 안정감은 느껴지지만 반대로 얘기하면 늘 똑같아서 뭔가 변화의 계기가 하나쯤 필요하기도 했다.
그래서 바꿔봤다. 현상액 Kodak HC-110.
필름과 현상액 사이의 화학작용을 놓고 몇 가지 유명한 베스트 매칭이 일컫어지곤 한다. 그 중 하나가 로디날과 TX. 그리고 다른 하나는 HC-110 과 TMX.
이제와서야 너무도 유명한 분말현상액 xtol 이라던가, 다루기 매우 까다롭다는 점만 빼면 모든 면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준다고 일본에서 한동안 유행하던 gyro 같은 혼합비현상액들이 있지만(현실적으로 쉽게 매장에서 쉽게구할 만한 것들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은 제껴 두고서라도 흔하디 흔하게 얘기들 하던 D-76 도 사용해 볼 기회가 없었던 버드는 로디날을 한번 노리다가 국내판매의 폭리에 짜증이 나서 HC-110 을 확 지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나는 T-Max Developer 에 중독되어있던 것일지도 모른다. T-Max Developer 는 물과의 혼합비가 4:1 이나 되서 실내보관되는 T-Max Developer 의 온도를 감안해 일부러 물온도를 차트표기온도에서 약간 내려놓고는 했는데, 이넘의 HC-110 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혼합비 B 상태에서 원액의 혼합비가 31:1이라는 꽤나 적은 혼합비이기 때문에 물온도를 일부러 내려놓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깜박하고 있었던 셈이다. ㅡ,.ㅡ;;;
뭐 큰 격차는 아니기 때문에 괜찮을거라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역시 경험이 쌓여야...
몇 주 전에 잠시 재광이형과 함께 창경궁에 다녀갔었다.
근데 확실히 창덕궁, 경복궁을 오가고 나니 창경궁은 안습이다. 계절이 단풍시기를 지나서 화목들도 자기모양을 뽐낼 수 없게 된 셈도 있지만, 궁 그 자체도 작고 건축물도 그다지 예쁜 모냥이 안나온다.
아마도 창경궁에 갈 일은 점점 드물어질 듯 싶다.
대신 지금 노리는 곳은 흑석동.. 밤에 카메라도 없이 잠시 갈 일이 있었던 흑석동은 달동네같이 예전 풍경이 아직 멈추지 않은 모냥새였다. 문제는 길이 가파르다는 점 때문에 설경이라도 찍으러 올라갈 셈이면 등산화에 아이젠 박고나서 올라가야 할 것 같다는 점이다. 그래도 시간이 응해준다면 한번 가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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